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63

뮤지컬 〈이터니티〉 리뷰|기억과 시간 속 감정을 그린 섬세한 작품 어떤 공연은 작품을 보기 전과 후의 감정 결이 확연히 달라진다. 뮤지컬 〈이터니티〉는 나에게 그런 경험이었다. ‘영원’이라는 단어는 익숙하면서도 동시에 부담스럽다. 사랑이든 기억이든, 혹은 존재 자체든 ‘영원하다’는 것은 듣기에 아름답지만 실현하기 어려운 욕망이다. 〈이터니티〉는 이 막연하고도 철학적인 개념을 무대 위에 풀어낸다. 그리고 예상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감정적으로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나는 평소에 SF나 시간 개념을 다룬 서사를 좋아하는 편인데, 이 작품은 그 장르적 틀을 가져오되 너무 어렵게 풀지 않았고, 감정과 관계 중심의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몰입감 있는 전개로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게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무대 위 배우들의 연기와 음악이 극을 끌고 가는 중심축이 되어, 관객으로서 진심으.. 2026. 1. 27.
뮤지컬 〈렘피카〉 관람 후기|강렬한 시각과 서사, 그리고 감동 최근 내가 본 뮤지컬 중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 〈렘피카〉였다. 단순한 전기 뮤지컬이나 예술가의 삶을 다룬 무대로 생각하고 갔던 관객들에게 이 작품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밀도와 에너지로 다가온다. 나 역시 그렇게 이끌렸고,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눈을 뗄 수 없었다. 〈렘피카〉는 단지 화가 타마라 드 렘피카의 삶을 조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예술과 정치, 여성성과 정체성, 시대의 격변 속에서 스스로를 정의하려는 한 인물의 치열한 발자취를 따라가는 작품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음악, 연기, 미장센, 무대 기술이 유기적으로 엮어내며 관객에게 깊은 몰입감을 선사한다.낯설지만 강렬한 인물, 타마라 드 렘피카많은 관객에게 ‘렘피카’라는 이름은 낯설 수 있다. 하지만 무대가 시작되고 몇.. 2026. 1. 26.
뮤지컬 〈로빈〉 리뷰|고요한 감동이 스며드는 치유의 무대 처음 ‘뮤지컬 〈로빈〉’이라는 작품 제목을 접했을 때, 솔직히 어떤 이야기일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흔히 알려진 인물도 아니었고, 시놉시스 역시 자극적이거나 드라마틱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작품일수록 오히려 마음이 끌린다. 조용히 관객의 마음 깊숙한 곳을 두드리는 공연이 필요하던 시기였고, 다녀온 지금, 이 선택은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는 걸 확신할 수 있다. 〈로빈〉은 그 흔한 장르적 장식 없이도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끌어올리는 드라마다. 강한 외침 대신 고요한 침묵으로, 화려한 액션 대신 무대 위 배우들의 표정과 시선으로 감정을 전달한다. 그렇게 묵묵히 관객을 끌어당기며, 어느새 ‘로빈’이라는 인물이 품은 아픔과 갈망, 회복을 함께 걷게 만든다.이름으로 존재하는 삶 – 로빈이라는 인물의 정체성 .. 2026. 1. 25.
뮤지컬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 리뷰|어둠 속에서 피어난 인간의 빛 공연장을 나오는 순간, 나는 무언가에 부딪힌 듯한 감정을 느꼈다. 그것은 단순한 감동이나 여운이라고 하기엔 조금 더 복잡하고 깊은 감정이었다. 뮤지컬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는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시각 중심의 세계를 잠시 내려놓고, 눈을 감고도 세상을 마주하는 방법을 제안하는 작품이었다. 실제로 공연을 보는 내내 내가 무대 위에 무엇을 ‘보고’ 있는지보다, 그들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따라가게 되었다. 이 작품은 ‘시각 장애’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결코 그들의 결핍을 강조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안에서 피어나는 인간 본연의 욕망, 충돌, 성장, 그리고 고유한 감각의 세계를 정교하게 풀어낸다. 이 뮤지컬은 한 편의 철학적 드라마이자, 인간이 무엇을 보고 살아가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예술 .. 2026. 1. 24.
뮤지컬 〈제임스 바이런 딘〉 리뷰|스타가 아닌 인간 제임스를 마주한 시간 “살아서 전설이 되기보다, 일찍 죽어 영원해진 남자.” 제임스 딘에 대한 이미지는 늘 그렇게 각인되어 있었다. 하지만 뮤지컬 〈제임스 바이런 딘〉은 그러한 이미지보다 훨씬 더 가까이에서 그를 바라보게 만든다. 스크린 속 상징이 아닌, 혼란스럽고 고독하며 뜨거웠던 한 청춘의 얼굴을 무대 위에 정직하게 올린 작품이었다. 나는 이번 시즌 공연을 관람했고, 무대가 끝난 후에도 한동안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단순히 누군가의 삶을 따라간 것이 아니라, ‘자유와 예술, 삶과 불안’ 사이에서 갈등하던 한 인간을 만나고 온 기분이었다.상징이 아닌 존재로 그려진 제임스 딘〈제임스 바이런 딘〉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전설적인 스타 ‘제임스 딘’을 소재로 하지만, 단순한 전기 뮤지컬로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이 작품은 스.. 2026. 1. 23.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 리뷰|사랑과 비극, 청춘의 총성이 울린 무대 ‘범죄자들의 러브스토리’라는 문장만으로는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를 설명하기엔 많이 부족하다. 단순히 비극적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두 남녀의 이야기라고 보기에는, 이 작품 속엔 삶에 대한 갈망, 정의롭지 못한 세상에 대한 분노, 그리고 그 모든 틈을 메우는 치기 어린 사랑이 너무나 선명하게 존재한다. 나는 이번 시즌 공연을 직접 관람했고, 무대에서 쏟아지는 강렬한 에너지와 함께 감정의 진폭이 크게 요동치는 경험을 했다. 총성과 엔진 소리, 눈부신 조명 속에서 관객이 마주한 것은 단순한 범죄가 아닌, 시대가 만들어낸 청춘의 잔인한 초상 그 자체였다.실존 인물, 그러나 완전히 새롭게 그려진 인물 중심 서사〈보니 앤 클라이드〉는 1930년대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실제 인물 ‘보니 파커’와 ‘클라이드 배로.. 2026. 1.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