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46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 리뷰|사랑과 비극, 청춘의 총성이 울린 무대 ‘범죄자들의 러브스토리’라는 문장만으로는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를 설명하기엔 많이 부족하다. 단순히 비극적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두 남녀의 이야기라고 보기에는, 이 작품 속엔 삶에 대한 갈망, 정의롭지 못한 세상에 대한 분노, 그리고 그 모든 틈을 메우는 치기 어린 사랑이 너무나 선명하게 존재한다. 나는 이번 시즌 공연을 직접 관람했고, 무대에서 쏟아지는 강렬한 에너지와 함께 감정의 진폭이 크게 요동치는 경험을 했다. 총성과 엔진 소리, 눈부신 조명 속에서 관객이 마주한 것은 단순한 범죄가 아닌, 시대가 만들어낸 청춘의 잔인한 초상 그 자체였다.실존 인물, 그러나 완전히 새롭게 그려진 인물 중심 서사〈보니 앤 클라이드〉는 1930년대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실제 인물 ‘보니 파커’와 ‘클라이드 배로.. 2026. 1. 22. 뮤지컬 〈긴긴밤〉 리뷰|어른을 위한 동화 같은 무대, 마음을 어루만지다 누군가는 이 작품을 어린이 뮤지컬이라 하고, 누군가는 동화적인 세계라 말한다. 하지만 내가 뮤지컬 〈긴긴밤〉을 보고 난 후 가장 강하게 느낀 건, 그것이 ‘어른을 위한 이야기’라는 점이었다. 표면적으로는 한 북극곰과 펭귄이 등장하는 동물 이야기이지만, 그 안에는 상실, 그리움, 책임, 그리고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었다. 나는 공연을 보며 몇 번이나 울컥했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눈물을 훔쳐야 했다. 이렇게 담백하고 따뜻한 이야기로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은 흔치 않다. 뮤지컬 〈긴긴밤〉은 누군가의 마음 한 조각을 살포시 감싸 안아주는 듯한 무대였다.따뜻한 여백의 서사 – 동물의 여정을 빌려 말하는 삶의 은유〈긴긴밤〉은 김영하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창작 뮤지.. 2026. 1. 21.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 리뷰|말하지 못한 진심을 꺼내는 무대 공연장을 나서는 길,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묘한 여운이 발걸음을 천천히 만들었다.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은 내게 그런 작품이었다. 처음 이 작품의 제목을 들었을 때, 나는 어렴풋이 '달의 이면', 즉 보이지 않는 면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닐까 짐작했다. 공연을 보고 난 지금은 확신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 말해지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꺼내놓는다. 누군가의 삶과 상처, 그 너머의 진심을 ‘드러냄’으로써 관객에게 자기 자신을 마주보게 만드는 무대. 그것이 〈비하인드 더 문〉이라는 작품이 가진 힘이었다.무대 위의 두 사람, 그들이 지닌 말하지 못한 시간〈비하인드 더 문〉은 단 두 명의 배우가 전하는 2인극 뮤지컬이다. 이야기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재준’과 기.. 2026. 1. 20.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리뷰|격정과 파멸, 사랑의 서사로 그려낸 무대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는 한 여인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넘어, 인간의 본성과 사회의 위선을 정면으로 마주한 작품이다. 그리고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는 이 복잡하고도 섬세한 서사를 무대 위로 옮기며, 문학이 아닌 음악과 연기를 통해 또 다른 방식으로 관객의 심장을 두드린다. 나는 이번 시즌 공연을 직접 관람했고, 그 체험은 단순한 문학의 재현을 넘어, 정제된 감정과 폭발적인 감성의 공존을 목격하는 시간이 되었다. 강렬한 무대, 아름답고도 비극적인 넘버, 그리고 배우들의 진심이 깃든 연기가 어우러져, 고전이 왜 여전히 현재형의 감동이 될 수 있는지를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익숙하지만 새롭게, 원작의 정수를 무대에 담다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는 러시아 문학의 거장 톨스토이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 2026. 1. 19. 슬립노모어 서울 리뷰|이머시브 공연의 극한 몰입을 경험하다 “이건 그냥 공연이 아니라, 내가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꿈이다.” 〈슬립노모어〉를 보고 나온 뒤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전통적인 극장의 무대와 객석 구분은 없다. 대사 없이 움직이는 배우들, 스스로 탐색해야 하는 5층짜리 공간, 그리고 흰 가면을 쓴 낯선 관객들 사이에서 나는 어느 순간, ‘관람객’이 아니라 ‘참여자’로 변해 있었다.나는 서울 공연을 보기 전부터 이 작품에 대한 소문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뉴욕에서 시작된 이 이머시브(몰입형) 연극은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베이스로 하되, 대사는 철저히 제거하고 배우의 동선, 공간의 분위기, 조명과 사운드로 극의 감정을 전달한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 경험하기 전까지는 그 이야기가 얼마나 깊고, 기묘하며, 감각적으로 밀도 높은 세계인.. 2026. 1. 18. 뮤지컬 〈팬레터〉 10주년 리뷰|문장처럼 스며든 감정의 무대 처음 〈팬레터〉를 봤던 날을 나는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일제강점기의 서울, 카페에서 흐르던 재즈 음악, 수상한 문인들, 그리고 ‘문학’이라는 이름 아래 감춰진 진심과 혼돈.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땐 생소한 시대와 낯선 인물들이 이어지던 무대였지만, 어느 순간 가슴 깊숙이 박히는 문장과 선율들로 인해 마음이 먹먹해졌다. 그렇게 시작된 〈팬레터〉와의 인연이 벌써 10년이 되었다. 이번 10주년 기념 공연은 단지 과거를 기념하는 무대가 아니었다. 오히려 이 작품이 여전히 현재형의 감정과 질문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무대였다. 시대가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내면과 그리움, 그리고 창작자의 고뇌와 순수함을 다시금 되새기게 만드는 감동의 시간이었다.시대와 인물 – 픽션과 논픽션 사이, 정교하게 직.. 2026. 1. 17. 이전 1 2 3 4 5 6 ···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