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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 THE LAST〉 10주년 기념 공연 리뷰 – 웃음 뒤에 숨겨진 청춘의 비극

by 리포터장 2026. 2. 28.

은밀하게 위대하게 포스터
은밀하게 위대하게 포스터

작품 개요와 10주년 공연의 의미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 THE LAST〉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남파 간첩으로 파견된 세 청년의 이야기를 그린다. 바보 동네 청년 ‘방동구’로 위장한 원류환, 가수 지망생으로 살아가는 리해랑, 고등학생으로 위장한 리해진까지. 각자의 임무를 안고 남한 사회에 스며든 이들의 삶은 코믹한 일상과 긴장감 넘치는 첩보 서사를 오간다.

이번 10주년 기념 공연은 기존 시즌을 집약하면서도, 인물의 감정선과 관계성에 더욱 집중한 무대로 완성됐다. 단순히 흥행작의 재연이 아니라, 지난 시간 동안 쌓아온 해석과 연출의 밀도를 보여주는 시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오랜 시간 사랑받은 작품답게 팬층도 두텁고, 재관람 관객이 많다는 점 역시 이 작품의 저력을 증명한다.


줄거리와 인물 관계의 힘

겉으로는 코믹한 동네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이 작품의 중심에는 ‘기다림’과 ‘명령’이라는 키워드가 있다. 북한에서 최고의 엘리트 요원으로 길러진 원류환은 남한의 허름한 동네에서 바보처럼 살아간다.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단 하나, 지시가 있을 때까지 조용히 대기하는 것.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동네 사람들과 정이 쌓이고, 평범한 일상이 스며든다. 리해랑과 리해진 역시 각자의 자리에서 새로운 삶을 경험한다. 이 평온함이 깨지는 순간, 작품은 급격히 비극으로 치닫는다. 명령과 인간적인 감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세 인물의 선택은 관객의 감정을 깊이 흔든다.

특히 원류환이라는 인물은 이 작품의 정서를 상징한다. 천재적인 능력을 지녔지만,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시간을 버텨야 했던 청춘. 그의 웃음 뒤에 숨겨진 고독이 후반부에 드러나며 극은 더욱 묵직해진다.


음악과 연출, 10주년 시즌의 완성도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감정선을 직선적으로 밀어붙이는 넘버가 강점이다. 코믹한 장면에서는 경쾌한 리듬으로 분위기를 살리고, 비극이 본격화되는 후반부에서는 인물의 내면을 깊게 파고드는 발라드 넘버가 배치된다.

10주년 공연에서는 군무와 액션 장면의 완성도가 더욱 높아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좁은 무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긴박한 추격과 대립을 표현했고, 조명은 인물의 감정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의 연출은 상징성을 강화해, 단순한 사건의 마무리가 아니라 ‘청춘의 끝’을 보여주는 듯한 여운을 남긴다.


직접 관람한 개인적인 경험

이번 10주년 공연을 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객석의 공기였다. 초반에는 웃음이 자주 터졌고, 배우의 애드리브에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반응했다. 그런데 후반부로 갈수록 객석이 점점 조용해졌다. 숨소리마저 조심스러워지는 순간이 있었다. 특히 원류환의 감정이 폭발하는 넘버에서는 나 역시 눈을 떼지 못했다. 그 장면에서 느껴진 절박함과 체념이 동시에 밀려와 가슴이 먹먹해졌다. 공연이 끝난 뒤 커튼콜이 이어졌지만, 한동안 박수를 치면서도 마음이 쉽게 가벼워지지 않았다. 웃으며 시작해 울컥하며 끝난 무대였다.


작품을 통해 느낀 나의 생각

이 작품을 보며 가장 오래 남은 감정은 ‘청춘에 대한 연민’이었다. 거창한 이념과 명령 아래 놓인 개인의 삶은 얼마나 쉽게 소모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도 인간적인 선택을 하려는 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 돌아보게 됐다. 나는 이 작품이 단순히 남북 소재를 활용한 이야기가 아니라, 누군가의 청춘이 체제와 상황 속에서 어떻게 흔들리는지를 보여주는 드라마라고 느꼈다. 결국 관객이 기억하게 되는 것은 이념이 아니라, 세 인물이 보여준 우정과 선택의 순간들이기 때문이다.


10주년 기념 공연이 특별한 이유

첫째, 오랜 시간 축적된 배우들의 해석이 인물에 깊이를 더한다.
둘째, 기존의 코믹함과 비극적 정서를 균형 있게 다듬어 완성도를 높였다.
셋째, 팬들에게는 추억을, 처음 보는 관객에게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구조를 갖췄다.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 THE LAST〉 10주년 공연은 단순한 기념 시즌이 아니다.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돌아봤을 때, 왜 이 작품이 오랫동안 사랑받았는지 확인하게 해주는 무대다.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는 구조 속에서, 우리는 결국 한 사람의 삶과 선택을 바라보게 된다.

첩보극의 긴장감과 청춘 드라마의 감성을 동시에 느끼고 싶다면, 이 작품은 충분히 의미 있는 선택이 될 것이다. 화려한 설정보다 인물의 감정에 집중하는 공연을 찾는 관객이라면 더욱 깊은 여운을 경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