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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뮤지컬 마타하리 후기, LG아트센터 관람 리뷰 & 감동 포인트 총정리

by 리포터장 2026. 1. 8.

뮤지컬 마타하리 포스터
뮤지컬 마타하리 포스터

2025년 1월, 서울 LG아트센터에서 뮤지컬 <마타하리>를 관람했다. 화려한 무희이자 이중 스파이로 알려진 실존 인물 ‘마타하리’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이전부터 창작 뮤지컬에 관심이 많았던 나에게 꽤 오랫동안 위시리스트에 있던 공연이었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캐스팅과 무대 연출이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다는 입소문이 퍼지며 관객들의 기대감도 높아졌는데, 직접 본 무대는 그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줬다. 감상 이후에도 한동안 여운이 길게 남았던 공연이었고, 그 경험을 정리해 공유하고자 한다.

시대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한 여성의 이야기

<마타하리>는 1차 세계대전 시기를 배경으로, 본명 마르가레타 젤러였던 한 여인의 삶을 다룬다. 그녀는 예술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었지만, 국제 정세와 정치적 오해 속에서 ‘스파이’라는 무거운 꼬리표를 달게 된다. 공연은 단순히 그녀를 비극적인 인물로 그리지 않는다. 마타하리는 화려하고 당당한 무희인 동시에, 자신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간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특히 극 초반에는 당당하고 자유로운 여성의 이미지로 관객을 매료시키고, 극이 진행될수록 외롭고 위태로운 감정들이 켜켜이 쌓이며 입체적인 캐릭터로 완성된다. 이 인물에 공감하게 되는 순간, 관객은 단순한 역사적 이야기를 넘어선 감정의 흐름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무대와 연출: 절제된 구성, 정교한 감정 설계

LG아트센터의 무대는 깊이감 있는 구조 덕분에 <마타하리>의 공간 연출을 효과적으로 담아냈다. 무희의 공연장, 정보기관의 심문실, 감옥, 재판정 등 다양한 공간이 빠르게 전환되며 극의 리듬감을 살려줬고, 대형 LED와 조명, 슬라이딩 세트를 적절히 활용해 시각적인 긴장감도 훌륭하게 유지되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장면마다 감정을 시각적으로 이끌어내는 조명의 디테일이었다. 감정선이 고조되는 순간, 인물을 따라가며 변화하는 조명 톤은 극에 몰입감을 더해줬고, 특히 2막 후반 재판 장면에서는 무채색 톤이 주는 무력감과 절망감이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연출은 과하지 않았고, 오히려 절제된 감정 설계로 인해 극의 진중함이 더욱 깊게 느껴졌다.

음악과 넘버: 감정의 언어로 직조된 멜로디

<마타하리>의 넘버는 클래식 기반의 뮤지컬 음악과 현대적인 선율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전체적으로 서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인물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담아낸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곡은 ‘그 이름’과 ‘나를 믿어줘’였다. ‘그 이름’은 마타하리가 자신의 존재를 되돌아보며 부르는 넘버로, 단순한 자기 고백을 넘어 그녀의 외로움과 단단한 내면을 동시에 드러낸다. ‘나를 믿어줘’는 마타하리와 아르망의 감정이 절정으로 향하는 순간을 담은 듀엣 넘버인데, 두 사람의 감정선이 폭발적으로 터지기보다는 서로 조심스럽게 겹쳐지듯 쌓여가는 느낌이 훨씬 더 깊게 와닿았다.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무대 공간을 풍부하게 채워줬고, 음향 밸런스도 안정적이었다. 전체적으로 음악이 감정의 언어 역할을 하며, 스토리의 몰입도를 극대화시켰다.

배우와 캐스팅: 마타하리를 입체적으로 만든 해석

이날 관람한 회차에서는 정선아 배우가 마타하리 역을 맡았다. 그녀는 특유의 카리스마와 절제된 감정 연기로, 마타하리를 단순한 피해자가 아닌 자기 선택에 책임지는 인물로 만들어냈다. 초기에는 무대 위를 장악하는 듯한 존재감으로, 후반에는 체념과 아픔이 교차하는 복잡한 감정선으로 공연을 끌고 갔다. 특히 조용히 울부짖는 듯한 넘버의 해석은 감정의 폭발보다 훨씬 더 깊은 울림을 줬다. 아르망 역은 고은성 배우가 맡았는데, 선이 고운 감성과 안정된 발성이 인상적이었다. 감정을 담은 눈빛 연기와 대사 처리 역시 자연스러워, 두 배우의 조합은 극 전체의 흐름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배우들 간의 호흡도 훌륭했고, 감정선이 무너지지 않도록 서로를 단단히 받쳐주는 느낌이 들었다.

관람 소감과 팁: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무대 속에

<마타하리>는 오락성이 강한 뮤지컬은 아니다. 화려한 안무나 유쾌한 유머보다는, 감정과 서사에 집중하는 작품이다. 때문에 공연을 관람할 때는 줄거리를 사전에 가볍게 숙지하고 가는 것이 감정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러닝타임은 약 160분이며, 인터미션이 있어 관람 피로도는 크지 않다. 내가 관람한 좌석은 2층 1열 측면이었는데, 무대 전체를 넓게 조망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특히 LG아트센터는 음향 전달이 뛰어나, 고음의 넘버나 감정이 담긴 저음도 뭉개짐 없이 전달되었다. 공연장 접근성도 좋고, 편안한 좌석과 쾌적한 환경이 공연 몰입도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마무리 평가: 진중한 감정과 연출이 만든 명작

<마타하리>는 한 개인의 삶이 사회의 시선과 오해 속에서 어떻게 왜곡되는지를 조용하지만 강하게 말하는 작품이다. 단순한 이야기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감정선과 연출, 음악, 배우의 해석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깊은 감동을 만든다. 감정적으로 묵직한 공연을 선호하거나, 창작 뮤지컬의 정수를 경험하고 싶은 관객에게 강력히 추천할 수 있다. 나 역시 관람 후 꽤 오랜 시간 동안 무대 속 장면들과 대사, 음악을 곱씹게 되었고, 그 여운은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다. 2025년 새해에 본 이 작품은 분명 그 해의 가장 진한 감정을 남긴 무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