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은 연극과 음악, 무용이 결합된 종합 예술입니다. 그만큼 공연의 흐름과 구성, 관객이 마주하는 장면 하나하나가 명확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 뮤지컬을 접하는 관객이라면 등장하는 용어나 공연 진행 방식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오프닝 넘버', '앙상블', '인터미션', '커튼콜' 같은 단어들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공연의 일부인지, 어떤 방식으로 흐름을 따라가야 할지 궁금해질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뮤지컬 관람을 보다 풍부하게 즐길 수 있도록, 뮤지컬에서 자주 쓰이는 주요 용어와 포맷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했습니다. 공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수록 관람의 몰입도 역시 깊어지므로, 관람 전에 미리 알고 가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오프닝 넘버(Opening Number)
뮤지컬의 첫 곡, 즉 '오프닝 넘버'는 단순한 시작이 아닙니다. 작품의 주제, 시대적 배경, 인물의 정서 상태를 음악과 연출로 농축해서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장면입니다. 어떤 작품은 배우들이 무대에 등장하며 강렬한 군무와 함께 시작되고, 또 어떤 경우에는 조용한 솔로 넘버로 감정선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오프닝 넘버는 흔히 ‘프롤로그(Prologue)’와 함께 쓰이기도 하는데, 프롤로그는 말 그대로 이야기의 시작을 안내하는 서사적 역할을 하며, 오프닝 넘버는 그 분위기를 음악으로 형상화하는 기능을 합니다. 예를 들어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Look Down’은 등장인물의 사회적 위치와 당시의 절망적 분위기를 직관적으로 전달하고, <위키드>의 ‘No One Mourns the Wicked’는 전체 줄거리의 프레임을 암시하는 도입부 역할을 합니다.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몰입할 수 있도록 관객의 시선과 감정을 사로잡는 것이 오프닝 넘버의 핵심입니다.
넘버(Number)와 솔로(Solo), 듀엣(Duet), 앙상블(Ensemble)
‘넘버’란 뮤지컬에서 등장하는 각 곡을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넘버는 극의 전개를 위해 배치되며, 일반적인 OST나 음악 앨범과는 달리 캐릭터의 감정, 갈등, 이야기 흐름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넘버는 보통 세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주인공이 혼자 부르는 '솔로', 둘은 두 인물이 함께 부르는 '듀엣', 그리고 여러 명이 함께 등장해 노래하고 춤추는 '앙상블'입니다. 앙상블은 흔히 '조연'이라고 오해받기 쉬우나, 작품의 배경과 분위기를 형성하고 주연과 호흡을 맞추며 공연의 밀도를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대규모 군무 장면에서 앙상블 배우들의 역량은 공연의 품질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합니다. <캣츠>, <노트르담 드 파리>, <킹키부츠>처럼 앙상블이 활약하는 장면이 많은 작품에서는 이들의 존재감이 주연 못지않게 부각되곤 합니다.
인터미션(Intermission)과 런타임(Run Time)
뮤지컬은 일반적으로 2막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중간에 약 15분간의 쉬는 시간이 주어집니다. 이를 '인터미션'이라고 하며, 관객은 이 시간 동안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간단한 간식을 즐기며 잠시 공연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런타임은 공연 전체의 상영 시간을 의미하며, 보통 120분에서 180분 사이입니다. 공연 안내서나 예매 사이트에서 ‘인터미션 포함 150분’ 같은 안내 문구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공연 중에는 입장이 제한되기 때문에, 시작 시간과 인터미션 종료 시간을 잘 숙지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일부 뮤지컬은 인터미션 없이 진행되기도 하므로, 사전 정보 확인은 필수입니다. 예를 들어 <리지>나 <베르테르> 같은 작품은 90분 내외의 인터미션 없는 공연으로 구성되기도 합니다.
커튼콜(Curtain Call)과 앙코르(Encore)
공연이 끝나면 배우들이 무대에 다시 나와 관객에게 인사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커튼콜'입니다. 커튼콜은 단지 인사를 넘어, 배우와 관객이 서로 감사를 표현하는 예술적 소통의 시간입니다. 이때 관객은 박수나 기립박수로 감동을 표현하고, 배우는 다시 한 번 극 중 감정이나 제스처를 짧게 재현하기도 합니다. 간혹 커튼콜 곡이 별도로 존재하는 작품도 있으며, 이 경우 음악과 함께 앙상블 무대가 추가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커튼콜 촬영을 허용하는 공연도 일부 있지만, 여전히 촬영이 금지된 공연도 많으므로 반드시 사전 공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앙코르 넘버가 이어지는 경우 관객의 호응이 공연의 여운을 더욱 짙게 만들어줍니다. 공연 관람의 마지막 장면이자 하나의 '감동의 피날레'로 커튼콜을 즐겨보는 것도 공연의 묘미입니다.
스탠딩 오베이션(Standing Ovation)과 리스펙트 문화
스탠딩 오베이션은 말 그대로 관객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단순한 감동 표현을 넘어서, 배우의 열연과 공연의 완성도에 대한 최대한의 존경을 담은 행위입니다. 특히 국내 창작 뮤지컬의 경우, 관객의 적극적인 호응은 배우들에게도 큰 격려가 됩니다. 물론 모든 공연에서 반드시 스탠딩 오베이션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작품에 감동했다면 일어나고, 그렇지 않다면 편하게 앉아 박수를 보내도 무방합니다. 중요한 것은 다른 관객의 감상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존중의 표현을 나누는 것입니다. 요즘은 관객 사이에서도 '리스펙트 문화'가 확산되면서, 공연 전 핸드폰을 꺼두거나, 불필요한 수다와 무례한 촬영을 삼가는 등, 관람 예절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뮤지컬 관람은 예술을 이해하는 첫걸음
뮤지컬은 감상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인 예술이지만, 그 구성과 용어, 구조를 이해하고 관람하면 더 깊은 몰입이 가능합니다. 오프닝 넘버의 역할, 넘버의 유형, 인터미션과 커튼콜의 의도, 배우와 관객 사이의 소통까지 모두 뮤지컬이라는 하나의 예술 작품을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단순히 ‘보는 공연’이 아니라, 무대 위와 아래가 함께 만드는 ‘경험의 예술’이라는 점에서 뮤지컬은 특별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초보 관객이라도 겁내지 말고 공연을 자주 접하면서 공연 용어와 포맷을 익혀간다면, 어느새 공연의 흐름을 읽고 스스로의 감상 기준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소개한 용어와 개념들을 바탕으로, 다음 공연은 한층 더 깊이 있는 감상으로 즐겨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