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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쥬스 뮤지컬 리뷰|화려한 무대와 팀 버튼 감성의 완벽한 재해석

by 리포터장 2026. 1. 15.

비틀쥬스 뮤지컬 포스터

‘죽음을 다룬 뮤지컬’이라 하면 왠지 무겁고 어두운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비틀쥬스>는 그 기대를 완전히 배반하는 작품이다. 블랙코미디라는 장르답게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유쾌하고 기발하게 풀어내며, 오히려 삶의 의미를 되묻는 독특한 감동을 선사한다. 개인적으로 뮤지컬 <비틀쥬스>는 기대 이상의 경험이었다. 그 화려한 무대와 빠른 템포, 독창적인 캐릭터, 그리고 유쾌하면서도 뭉클한 감정의 곡선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한 공연이었다. 이 글에서는 실제 관람 후 느낀 인상과 함께, 무대, 배우, 음악, 메시지 등 다양한 측면에서 <비틀쥬스>를 리뷰해보려 한다. 클래식한 브로드웨이 스타일과 현대적 유머 감각이 어우러진 이 작품은 뮤지컬 팬이라면 한 번쯤 꼭 경험해봐야 할 무대다.

스토리와 분위기 – 죽음과 삶, 경계에서 춤추는 블랙코미디

<비틀쥬스>는 1988년 팀 버튼 감독의 동명 영화에서 출발한 작품으로, 사후 세계와 인간 세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설정을 무대 위에 생생하게 구현한다. 이야기는 우연한 사고로 죽게 된 부부가 유령이 되어 집에 머물게 되고, 그곳에 새로운 가족이 이사 오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여기에 ‘비틀쥬스’라는 엉뚱하고 괴팍한 악령이 개입하면서 전개는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극 전체의 톤은 매우 빠르고 경쾌하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를 웃음으로 풀어내는 솜씨는 탁월하다. 특히 초반 몇 장면에서 빠르게 캐릭터를 소개하고, 비틀쥬스가 등장하면서 극의 분위기는 완전히 전환된다. 블랙 유머가 적절히 섞인 대사와 시각적 효과는 관객을 계속 웃게 만들지만, 동시에 그 안에 담긴 상실과 그리움의 감정은 매우 섬세하게 표현된다.

무대와 연출 – 상상력의 극한을 시각화하다

<비틀쥬스>를 관람하면서 가장 감탄한 부분 중 하나는 무대 전환과 시각적 상상력이다. 영화에서나 가능할 법한 장면들을 무대 위에서 구현해내는 방식은 정말 인상 깊었다. 예를 들어, 집 내부가 살아 움직이듯 변형되거나, 지옥의 공간이 열리는 장면 등은 무대 미술과 조명, 프로젝션 맵핑이 어우러져 환상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하게 구현된다. 특히 비틀쥬스가 무대 전면을 휘젓고 다니는 장면에서는 무대와 배우의 경계가 흐려지는 듯한 몰입감을 느꼈다. 좌우측, 심지어 관객석과도 호흡하는 연출은 공연을 단순한 ‘관람’이 아닌 ‘체험’으로 확장시킨다. 블랙 톤의 색채와 기괴한 패턴의 디자인, 그리고 만화적인 요소들이 결합된 무대는 팀 버튼의 미학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고, 이 모든 시각적 요소가 이야기의 세계관을 훌륭하게 뒷받침해주었다.

캐릭터와 배우 – 비틀쥬스 그 자체였던 배우의 에너지

비틀쥬스라는 캐릭터는 공연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다. 속된 말로 ‘미친 캐릭터’라 해도 될 만큼 장난스럽고, 관객을 향해 계속 말을 걸며, 극의 흐름을 쥐락펴락한다. 내가 본 공연에서 비틀쥬스를 맡은 배우는 말 그대로 그 캐릭터 그 자체였다. 과장된 제스처, 빠른 말솜씨, 끊임없는 애드리브가 무대를 꽉 채웠고, 어떤 순간에도 흐름을 놓치지 않는 에너지는 감탄을 자아냈다. 마치 브로드웨이식 스탠드업 코미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관객과의 상호작용이 뛰어났고, 특히 한국 관객의 반응까지 즉흥적으로 받아치는 센스는 공연을 더 생생하게 만들었다. 여주인공 ‘리디아’ 역의 배우 또한 돋보였다. 단순한 사춘기 소녀가 아닌, 상실의 감정을 가진 복합적인 인물로서 그려냈고, 그녀가 부른 넘버에서는 깊은 감정선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모든 배우가 개성 있는 캐릭터를 잘 살렸고, 앙상블도 에너지가 넘쳤다.

음악과 넘버 – 귀에 남는 멜로디와 유쾌한 가사

뮤지컬 <비틀쥬스>의 음악은 전통적인 브로드웨이 스타일에 현대적인 감각이 더해진 구성이 인상적이다. 코믹한 넘버부터 감정적인 발라드까지 다양한 분위기의 곡들이 등장하며, 전체적으로 매우 귀에 잘 들어오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은 ‘Dead Mom’과 ‘Say My Name’이었다. 전자는 리디아가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감정을 표현한 곡으로, 감정의 깊이가 담겨 있다. 후자는 비틀쥬스와 리디아의 유쾌한 협상을 담은 곡으로, 빠른 템포와 재치 있는 가사 덕분에 공연장을 밝게 만들었다. 전체적으로 음악은 이야기 전개를 자연스럽게 끌고 가는 동시에, 각 캐릭터의 성격과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준다. 뮤지컬 넘버를 통해 웃다가도 어느 순간 뭉클해지는 감정의 전환이 탁월했고, 이 또한 <비틀쥬스>의 큰 매력 중 하나였다.

개인적 인상 – 유쾌하지만 오래 남는 여운

공연을 보고 나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비틀쥬스>가 단순한 코미디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웃음은 이 뮤지컬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그러나 그 웃음 이면에는 죽음을 마주한 사람들의 감정, 특히 상실과 외로움, 그리고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이 섬세하게 담겨 있다. 나 역시 공연 중반부에 리디아가 엄마를 그리워하며 부르는 장면에서 눈시울이 붉어졌고, 그렇게 감정의 파동을 몇 번 겪다 보니 마지막 커튼콜 때는 마치 롤러코스터를 한 바퀴 돌고 나온 듯한 해방감이 느껴졌다. 이 작품은 그저 화려하고 재밌는 무대를 넘어, ‘죽음’이라는 인간 보편의 주제를 가지고 놀면서도 깊은 울림을 남기는 드문 공연이었다. 처음엔 가볍게 웃으려고 선택한 작품이었지만, 나중에는 삶과 죽음, 그리고 연결에 대해 조용히 생각하게 됐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아주 특별한 경험으로 남았다.


마치며 – 팀 버튼 감성의 무대 위 재탄생

뮤지컬 <비틀쥬스>는 팀 버튼의 영화 세계를 사랑했던 이들이라면 물론이고, 평소 뮤지컬을 자주 즐기지 않는 관객에게도 신선하고 유쾌한 충격을 줄 수 있는 작품이다. 블랙코미디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머와 무대 위 시각적 상상력, 그리고 인간적인 감정의 결이 모두 어우러져 있다. 직접 관람한 경험을 통해 말하자면, 이 뮤지컬은 ‘웃고 떠드는 블랙코미디’로만 남지 않는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머릿속을 맴도는 장면들, 떠오르는 멜로디,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감정의 여운은 그 어떤 정통 드라마보다도 더 오래 남는다. 관객의 몰입을 끌어내는 연출, 배우들의 에너지, 무엇보다 ‘죽음을 통해 삶을 이야기하는 방식’이 이토록 유쾌하고 감동적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그래서 나는 <비틀쥬스>를 단지 ‘잘 만든 뮤지컬’이 아니라 ‘꼭 한 번은 경험해야 할 무대’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