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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하데스타운 후기│지하세계에서 노래하는 사랑과 선택의 서사시

by 리포터장 2026. 1. 3.

뮤지컬 하데스타운 포스터
뮤지컬 하데스타운 포스터

뮤지컬 《하데스타운(Hadestown)》은 그리스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브로드웨이 대표 창작 뮤지컬입니다. 고전적인 이야기 속에 재즈, 포크, 블루스 음악을 입히고, 시적인 대사와 상징적인 무대를 더해 전혀 새로운 서사와 감동을 선사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하데스타운》의 줄거리 개요, 음악과 무대, 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관람 후 느낀 감상과 여운까지 정리해보았습니다.


신화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이야기

《하데스타운》은 그리스 신화 속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그리고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이야기를 동시에 다룹니다. 죽은 아내를 되찾기 위해 지하세계로 내려간 오르페우스의 전설은 원작을 알고 있어도 끝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게 하는 밀도 있는 전개로 관객을 사로잡습니다.

현대적인 감성으로 각색된 두 커플의 서사는, 사랑과 희생, 믿음과 의심, 그리고 권력과 자유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엮여 있으며, 뮤지컬은 이 모든 요소를 시적으로 그리고 비극적으로 풀어냅니다.


감각적인 음악, 귀로 보는 무대

《하데스타운》의 음악은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틀을 넘어서, 하나의 완성된 음악 앨범처럼 들립니다. 특히 재즈와 포크, 블루스가 어우러진 독창적인 사운드는 작품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요소입니다.

🎵 기억에 남는 넘버:

  • “Wait for Me”: 오르페우스가 지하세계로 향하며 부르는 대표 넘버.
    긴장감과 절박함이 폭발하는 이 장면은 연출적으로도 백미입니다.
  • “Why We Build the Wall”: 하데스의 넘버. 반복적 구조와 묵직한 메시지로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 “Flowers”, “Road to Hell” 등도 음악적으로 뛰어나며, 작품의 메시지를 압축적으로 전달합니다.

노래 하나하나가 스토리를 밀고 나가는 내러티브의 도구이자, 캐릭터의 감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연출과 무대, 최소한으로 최대의 효과를

무대는 복잡하지 않지만 상징적입니다. 회전무대와 조명, 그리고 무대 중앙의 '문'은 지상과 지하, 생과 죽음, 자유와 구속을 나누는 경계로서의 역할을 하며 극 전체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이끕니다.

특히 지하세계로 내려가는 장면에서의 조명과 무대 전환, 배우의 동선은 절제된 동작으로도 극도의 몰입감을 전달합니다. 화려한 무대장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관객이 머릿속으로 그 세계를 '상상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작품입니다.


배우들의 열연, 서사에 생명을 불어넣다

제가 관람한 회차에서는 오르페우스(김민석), 에우리디케(김환희), 하데스(지현준), 페르세포네(린아) 역의 배우들 모두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 오르페우스는 순수함과 예술가적 열정을,
  • 에우리디케는 생존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복합적인 감정을,
  • 하데스는 권위와 고독을,
  • 페르세포네는 자유를 갈망하는 슬픔과 생기를

각자 섬세한 연기와 뛰어난 가창력으로 표현해냈습니다.

또한 합창단 역할을 하는 운명의 세 여신(페이트)과 해설자 역할의 헤르메스(최재림)는 극의 전개를 돕는 동시에 리듬과 에너지, 그리고 상징성을 더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헤르메스는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안내자로서의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며, 극 전체의 감정선을 안정적으로 이끌었습니다.


우리는 왜 이 이야기를 또 듣게 되는가?

《하데스타운》은 "결말을 알고도 다시 보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오르페우스는 결국 뒤를 돌아보고, 에우리디케는 그 순간 사라집니다. 하지만 뮤지컬은 마지막에 이렇게 말합니다.

"이 이야기를 다시 불러야 해. 왜냐하면 언젠가는… 다르게 끝날지도 모르니까."

이 대사는 단순한 신화의 반복이 아니라, 희망과 믿음, 예술의 역할을 말하는 듯합니다. 비록 결말은 같을지라도, 사람은 다시 사랑하고, 믿고, 시도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이 작품의 아름다움이자 슬픔이며, 깊은 감동입니다.


관람을 고민하는 분께

✔️ 스토리와 음악의 조화가 중요한 작품을 좋아하시는 분
✔️ 신화, 상징성, 시적인 대사에 매력을 느끼시는 분
✔️ 현대적인 메시지를 담은 창작 뮤지컬을 선호하시는 분이라면, 《하데스타운》은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 될 것입니다.

입문자에게는 다소 무거운 주제일 수 있으나, 음악과 무대의 흡입력 덕분에 극이 끝나고 난 후 더 많은 생각이 드는 뮤지컬임은 분명합니다.


마무리 감상

뮤지컬 《하데스타운》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선택과 믿음, 반복되는 운명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의지를 노래하는 이야기입니다.
현대적인 사운드와 연출, 강렬한 메시지와 상징성까지 모두 갖춘 이 작품은 뮤지컬 장르의 예술성을 한층 끌어올린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연장을 나설 때, 마음 한 켠에 뭔가 묵직한 감정이 남아 있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무게가 더 깊어졌습니다.
우리는 결국 또다시 사랑하고, 또다시 믿고, 또다시 시작하려는 존재라는 것을 이 작품은 조용히 말해줍니다.
아름답고도 안타까운 이야기. 그래서 더욱 오래도록 기억될 작품. 그것이 바로 《하데스타운》입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감동을 넘어, 무대 예술이 얼마나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특히 “무대에서 철학을 노래한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극 전체가 상징과 은유로 가득 차 있죠. 뮤지컬 장르가 가진 대중성과 예술성의 경계를 허물며, 한 편의 서사시처럼 관객의 마음속에 조용히 파고듭니다. 다시 보고 싶은 이유는 결말이 아닌, 그 여정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입니다.


※ 본 후기는 실제 공연 관람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공연 구성과 배우 캐스트는 시즌 및 회차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모든 감상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