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뮤지컬 렌트(RENT) 후기 –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by 리포터장 2026. 1. 14.

뮤지컬 렌트 포스터

뮤지컬 <렌트(RENT)>는 1996년 브로드웨이에서 첫 막을 올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아온 작품이다. HIV/AIDS, 성소수자, 가난한 예술가의 삶과 같은 당시로선 다소 민감한 주제를 다루며,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경계를 확장했다. 작곡가 조너선 라슨은 오페라 ‘라 보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렌트’를 탄생시켰고, 그가 이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유효하다. 나 역시 최근 한국 공연을 관람하면서 이 작품이 왜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지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렌트’ 속 인물들이 보여주는 진짜 삶의 얼굴

이야기는 뉴욕 이스트빌리지를 배경으로, 가난한 젊은 예술가들이 살아가는 1년의 시간을 그린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마크와 뮤지션 로저는 오래된 건물에서 월세조차 내지 못하며 겨울을 난다. 여기에 클럽 댄서 미미, 철학 교수 콜린스, 드래그퀸 엔젤, 공연예술가 모린과 그녀의 연인 조앤까지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이들은 HIV에 감염되거나, 경제적 불안 속에서 예술을 지속해야 하는 현실에 부딪히며, 주변부 인생의 모습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들의 삶을 단순한 비극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그들은 불안정한 현실 속에서도 사랑하고, 창작하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간다. ‘No day but today(오늘 외엔 없다)’라는 대사는 렌트의 핵심 철학이자, 관객에게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과연 우리는 오늘을 충분히 살아가고 있는가?

음악과 메시지의 힘이 공존하는 무대

렌트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음악이다. 록, 팝, 가스펠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캐릭터의 감정과 사회적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한다. ‘Seasons of Love’는 단연 대표곡으로, 1년을 525,600분으로 환산하며 시간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에 대해 묻는다. 이 곡은 단순한 감동을 넘어, 사랑을 삶의 척도로 삼자는 강력한 메시지를 품고 있다. ‘La Vie Bohème’는 기존 사회의 질서에 저항하는 보헤미안 정신을 유쾌하게 표현하며, 자유를 갈망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이외에도 각 캐릭터의 심리 상태와 갈등을 반영한 넘버들이 작품에 감정적 깊이를 더한다. 특히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폭발시키는 방식은, 관객으로 하여금 이야기 속으로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만든다.

한국 공연에서 느낀 몰입과 디테일

내가 본 한국 공연은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현지화된 감각적인 연출이 돋보였다. HIV/AIDS에 대한 정보와 인식이 여전히 부족한 한국 사회에서, 이 작품은 단순한 예술작품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 실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로저와 미미의 관계는 감정의 진폭을 섬세하게 표현했고, 엔젤과 콜린스의 서사는 진정한 사랑의 형태를 보여주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무엇보다 인물들이 처한 상황이 현실적으로 다가와, 그들의 고통과 선택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무대를 떠나기 아쉬울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렌트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렌트가 초연된 지 30년 가까이 되었지만, 작품이 던지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는 여전히 누군가를 배제하고 있고, 사회는 아직도 ‘다름’을 받아들이는 데 서툴다. 청년들은 여전히 불안정한 고용과 주거 문제에 시달리고 있으며, 예술은 자본 논리에 밀려 변두리로 밀려난다. 렌트는 이 모든 현실 속에서도 인간은 어떻게든 사랑하고, 연결되고, 살아가려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이는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절실한 제안이다.

렌트가 던지는 철학적 질문 –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렌트가 위대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단지 소재의 참신함이나 음악의 완성도 때문만은 아니다. 이 작품은 인간의 근본적인 존재 방식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하루를 살아가는가?”, “사랑은 과연 삶을 견디게 하는 힘이 될 수 있는가?”, “죽음을 마주한 이들은 무엇을 가장 후회하게 될까?” 이런 질문은 렌트를 단순한 공연이 아닌, 하나의 철학적 경험으로 만들어준다. 특히 HIV/AIDS라는 질병을 단순히 배경이 아닌,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인물들이 진짜로 마주하고 있는 ‘현실’로 그려낸 점은 매우 인상적이다. 등장인물들은 미래를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에, 오늘 하루를 진심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 점이 오히려 삶을 더욱 빛나게 만든다. 렌트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관객 스스로도 현재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한국 사회에서 렌트가 갖는 특별한 의미

렌트는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지만, 한국 사회에서도 깊은 울림을 주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우리 사회 또한 여전히 다양성을 인정하는 데 있어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 예술의 경시, 비정규직 청년의 불안정한 삶, 그리고 건강 문제로 인한 소외 등, 렌트 속에 담긴 여러 갈등 요소들은 지금의 한국 사회와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은 단순히 외국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로 다가온다. 나아가, 관객에게 어떤 입장이나 정답을 강요하기보다,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작품을 통해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에 대한 공감 능력을 기르고, 우리가 속한 공동체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를 고민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렌트는 분명 교육적 가치도 지닌 작품이다.

우리가 ‘렌트’에서 배워야 할 것

렌트를 보고 나면 단지 ‘좋았다’는 감상 이상의 감정이 남는다. 그것은 ‘내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이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삶을 결과 중심적으로 바라보고, 성과와 효율로만 측정하려는 경향이 짙어졌다. 하지만 렌트는 그런 태도에 조용히 반기를 든다. 아무리 내일이 불확실하더라도, 오늘 누군가를 사랑하고,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나 자신에게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짜 삶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엔젤이라는 캐릭터는 짧은 생을 살았지만 누구보다도 자유롭고 따뜻하게 살아냈고, 그의 죽음은 등장인물들에게, 그리고 관객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남긴다. 이처럼 렌트는 우리에게 극적인 전개보다도 더 큰 울림을 주는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개인적인 경험과 추천의 이유

개인적으로 렌트는 ‘보는 작품’을 넘어 ‘경험하는 작품’이었다. 단순한 감동이나 눈물이 아니라, 내가 잊고 있던 삶의 본질을 꺼내주는 느낌이었다. 과거의 실패, 포기했던 꿈, 그리고 가끔은 외면했던 내 주변 사람들의 얼굴이 공연을 보며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무엇보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많은 형태로 존재할 수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직접 겪어보지 않았더라도, 타인의 삶에 깊이 공감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체험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단순히 예술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을 통해 스스로를 다시 바라보고 삶의 방향을 재정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결론 – 모두에게 권할 수 있는 삶의 교훈

뮤지컬 렌트는 단지 청춘의 이야기, 예술가의 이야기, 혹은 소수자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 작품은 살아간다는 것,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점을 진지하게 말해준다. 현실은 냉혹하고 삶은 불확실하지만, 그 속에서도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존재들에게 렌트는 강한 위로이자 격려가 된다. 이 뮤지컬은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꼭 필요한 질문을 던지는, 깊이 있는 작품이다. 삶의 의미를 되짚고 싶다면, 렌트를 선택하라. 당신이 잊고 있던 ‘오늘’이 바로 그 무대 위에서 살아 숨 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