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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후기 │ 선과 악, 그 경계를 넘나든 무대

by 리포터장 2026. 1. 4.

지킬 앤 하이드 포스터
지킬 앤 하이드 포스터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오랜 시간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스테디셀러 작품입니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고전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이상한 사건』을 원작으로 하여,
인간 내면의 이중성, 도덕성과 욕망, 선과 악의 경계를 탁월한 음악과 서사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2026년 시즌 공연을 관람하며, 웅장한 무대와 폭발적인 넘버, 배우들의 강렬한 연기가 어우러져 심리적 몰입감이 높은 무대를 경험했습니다.
이번 후기는 공연 구성, 인상 깊은 장면, 음악, 캐릭터 해석, 그리고 개인적인 여운까지 담아 정리해보았습니다.


줄거리 요약 – 인간의 이중성에 대한 실험

주인공 헨리 지킬 박사는 인간의 선한 본성과 악한 본성을 분리해낼 수 있다고 믿고, 자신을 대상으로 실험을 감행합니다.
그 결과로 탄생한 인물이 바로 극단적인 폭력성과 본능을 지닌 에드워드 하이드입니다.
지킬 박사는 자신이 만든 괴물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고, 점점 통제력을 잃어가며 파멸로 치닫습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선악 구도의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나 품고 있는 내면의 충돌을 섬세하게 묘사합니다.
지킬과 하이드는 전혀 다른 존재 같지만, 사실은 동전의 양면처럼 한 사람 안에 공존하는 두 자아라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무대와 연출 – 어두운 감정의 시각화

《지킬 앤 하이드》의 무대는 전체적으로 어둡고 묵직한 톤을 유지합니다.
중후한 색감, 고풍스러운 런던의 분위기, 화려하진 않지만 섬세한 무대 장치들이 극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뒷받침합니다.
특히 조명 연출을 통해 지킬과 하이드가 전환되는 장면을 시각적으로 효과 있게 표현했으며,
극 후반으로 갈수록 심리적 혼란을 극대화시키는 연출이 관객의 몰입도를 높여줍니다.

하이드가 등장할 때마다 붉은 조명이 깔리고, 음산한 효과음과 함께 공간의 분위기가 급변하는데,
이 연출 덕분에 ‘변화’의 순간이 시청각적으로 강렬하게 각인됩니다.


음악과 넘버 – 뮤지컬의 심장을 이루다

이 작품에서 가장 유명한 넘버는 단연코 〈This is the Moment〉입니다.
지킬 박사가 실험을 결심하며 부르는 이 곡은 단순한 결의가 아닌,
운명을 바꾸려는 인간의 의지와 광기, 그리고 그 속에 감춰진 위태로움을 동시에 담고 있어
뮤지컬 넘버 역사상 손꼽히는 명곡으로 꼽힙니다.

그 외에도

  • 🎵 〈Alive〉 – 하이드가 자신의 존재를 선언하는 강렬한 곡
  • 🎵 〈Someone Like You〉 – 루시의 순수한 사랑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발라드
  • 🎵 〈Dangerous Game〉 – 루시와 하이드의 불안한 관계를 표현한 묘한 긴장감의 듀엣

모든 넘버가 극의 서사를 밀도 있게 끌어가며, 감정의 폭발과 침잠을 세밀하게 표현합니다.
오케스트라의 생생한 연주와 배우들의 라이브가 결합된 장면마다 전율이 느껴졌습니다.


배우들의 연기 – 한 몸, 두 인물을 완벽히 소화하다

《지킬 앤 하이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포인트는 1인 2역을 연기하는 주연 배우의 내공입니다.
지킬과 하이드를 오가며 목소리, 표정, 몸짓, 걸음걸이까지 완전히 달라져야 하는데,
제가 관람한 회차의 배우인 최재림 배우는 이 두 인물을 극명하게 대비시키면서도, 한 인물로서의 연속성까지 놓치지 않았습니다.

특히 지킬에서 하이드로 넘어가는 장면에서 따로 의상이나 분장이 바뀌지 않음에도
단지 호흡과 시선, 발성만으로 ‘다른 사람’처럼 보이게 하는 연기력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루시와 엠마 역을 맡은 배우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과 상처를 표현하며,
극의 감정선에 깊이를 더했습니다. 특히 루시의 연기는 감정선이 매우 풍부하고 섬세해서,
하이드에게 끌리면서도 불안해하는 심리를 설득력 있게 전달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뮤지컬의 주인공은 단연 최재림 배우였던 것 같습니다. 지킬과 하이드를 오가며 넘버를 완성해 나가는 모습에서 프로의 모습이 보였고, 배역 또한 완벽히 소화해냈다고 생각합니다.


관람 후 여운 – 우리 안의 하이드는 누구인가

공연이 끝난 후 가장 오래 남았던 건 단순한 장면이나 음악이 아니라,
“나 역시 누군가에게는 지킬일 수도, 하이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인간의 이중성을 드러내면서도 어떤 판단이나 교훈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묻습니다. “당신은 정말 자신을 알고 있는가?”

하이드가 폭주할수록 지킬은 점점 더 작아지고, 그 모습은 우리 각자가 겪는 자기 통제와 본능의 싸움을 상징하는 듯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도 이 이중성은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나고,
《지킬 앤 하이드》는 이를 연극적 장치가 아닌,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강한 울림을 줍니다.


마무리 감상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화려하지 않지만 강렬한 메시지와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입니다.
보는 이의 연령이나 취향을 초월해,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공연이기에
한 번쯤 꼭 관람해보길 추천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특히 뮤지컬을 단순히 ‘재미’보다 ‘작품성’으로 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드리며,
공연 중간중간 메모를 남기고 싶을 만큼 대사와 음악, 상징이 촘촘히 얽혀 있는 구성이 인상 깊었습니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정의 흐름은 지루하지 않았고,
공연이 끝난 뒤에도 생각을 멈출 수 없는 경험을 남겨준 웰메이드 뮤지컬입니다.


※ 본 후기는 2026년 국내 공연 관람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회차에 따라 배우 및 연출 구성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