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데스노트》는 동명의 인기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정의란 무엇인가, 인간의 생명은 어디까지 통제될 수 있는가를 묻는 심리 스릴러 뮤지컬입니다.
이미 원작의 팬층이 두텁지만, 뮤지컬은 이를 뛰어넘는 음악적 몰입감과 무대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으로 전혀 새로운 감각의 데스노트를 경험하게 해줍니다.
2025년 국내 재연을 관람하며, 만화적 상상력을 무대에서 어떻게 구현했는지,
그리고 원작과는 또 다른 깊이와 매력을 어떤 방식으로 보여주는지를 중심으로 감상 후기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줄거리 요약 – 정의를 손에 쥔 소년, 신이 되려 하다
고등학생 야가미 라이토는 우연히 ‘데스노트’라는 노트를 줍게 됩니다.
이 노트에 이름을 쓰면 그 사람은 죽게 된다는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도구이죠.
라이토는 이를 이용해 범죄자를 없애는 정의 구현에 나서지만, 점점 신의 권능에 취한 독재자로 변모해 갑니다.
그의 행보에 의심을 품은 천재 탐정 L(엘)이 등장하면서,
두 사람은 치열한 두뇌 싸움과 도덕적 대결을 벌이게 됩니다.
작품은 단순한 선과 악의 구도가 아니라,
"정의란 무엇인가?", "누가 생사의 판단을 할 수 있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며 전개됩니다.
무대 연출 – 만화적 상상력을 현실로 구현
《데스노트》는 원작 특유의 긴장감과 극적인 구도를 무대화하는 데 성공한 작품입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데스노트의 초자연적인 설정을 현실감 있게 구현한 무대 장치와 조명,
그리고 무대 전환의 속도감입니다.
거대한 LED 스크린과 프로젝션 맵핑을 활용하여 시간의 흐름, 장소 변화, 인물의 내면 심리를 효과적으로 표현했고,
무대 위에서 캐릭터 간 시선 교차나 생각의 흐름이 시각화되는 방식은 원작의 컷 구성을 연상시키며 관객에게 색다른 몰입을 선사합니다.
또한 사신 ‘류크’의 분장과 움직임은 실제로도 만화 속 캐릭터가 무대 위로 튀어나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습니다.
라이토와 류크가 나누는 장면마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교묘하게 무너지며 긴장감을 배가시켰습니다.
음악과 넘버 – 감정을 증폭시키는 강렬한 사운드
이 뮤지컬의 음악은 클래식과 락을 혼합한 스타일로,
극의 긴장감과 감정선을 폭발적으로 이끌어냅니다.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곡답게, 넘버 하나하나가 강한 인상을 남기며 극의 흐름을 주도합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넘버는 다음과 같습니다:
- 🎵 〈Hurricane〉 – 라이토의 내면이 요동치는 순간을 묘사한 곡으로, 이 작품의 상징 같은 넘버
- 🎵 〈Playing His Game〉 – L이 등장해 심리를 분석하며 라이토를 파악해 가는 장면에서의 전개
- 🎵 〈Where is the Justice?〉 – 라이토의 정의관과 세계에 대한 분노를 폭발시키는 곡
- 🎵 〈Mortals and Fools〉 – 죽음과 삶에 대한 통찰이 담긴 철학적인 듀엣 넘버
모든 곡이 단순히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 사상과 논리를 전달하는 역할까지 수행하며,
관객들이 캐릭터에 공감하거나 이견을 가지는 데 중요한 장치로 작동합니다.
배우들의 연기 – 천재와 천재의 격돌
뮤지컬 《데스노트》는 두 주인공의 연기력이 작품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가 관람한 회차에서는 야가미 라이토 역 배우(규현)가 천재적인 지성과 광기,
그리고 그 속에 숨은 어린 소년의 흔들림까지 섬세하게 표현해 냈습니다.
반면 L 역 배우(산들)는 특유의 무표정과 기묘한 자세,
말투를 재현하면서도 무대적 리듬감과 캐릭터 중심축을 잘 잡아주었습니다.
두 인물의 성격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날수록, 관객은 어느 편에 설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됩니다.
또한 류크와 미사, 렘 등 조연 캐릭터들도 강한 개성을 바탕으로 극을 풍성하게 만들었고,
특히 죽음이라는 추상적 존재들을 인간적인 감정으로 해석해 낸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관람 후 여운 – 이 이야기는 끝났는가?
공연이 끝난 후 가장 강하게 남은 감정은 “내가 생각한 정의는 과연 옳은가?”라는 의문이었습니다.
라이토가 펼친 세계는 끔찍하지만, 그 시작은 누구보다도 순수했습니다.
그는 범죄 없는 세상을 꿈꿨고, 인간의 손으로 그 이상을 실현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뮤지컬 《데스노트》는 분명히 말합니다.
절대적인 힘은 절대적인 타락을 낳는다고.
선한 목적이더라도, 인간이 생사를 판단하는 순간부터
그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 신의 흉내를 내는 괴물일지도 모릅니다.
무대는 내려갔지만, 작품이 던진 질문은 공연장을 나서고도 오래도록 남아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마무리 감상
뮤지컬 《데스노트》는 단순히 인기 만화를 뮤지컬 화한 것을 넘어,
음악, 연기, 연출 모두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 작품입니다.
스토리를 이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새로운 감각으로 재해석된 극의 흐름과 음악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은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이었습니다.
특히 철학적인 질문과 감정의 극단이 동시에 맞부딪히는 무대는,
뮤지컬이 단순한 오락을 넘어 사고를 확장시키는 예술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실감하게 만들었습니다.
심리극, 사회적 메시지, 드라마틱한 무대를 좋아하는 분들께 강력히 추천드리는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데스노트 영화를 먼저 보고 뮤지컬을 보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시청하고 난 후여서 스토리보다는 뮤지컬 넘버와, 영화 구성과의 차이점을 중점에 두고 관람을 했었는데, 만족감이 컸습니다. 다만, 초연 캐스팅에 비해 2025년 캐스팅이 상대적으로 아쉬워 보였습니다. 물론 초연 캐스팅이 워낙 화려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아쉬웠지만, 규현 배우와 산들 배우가 훌륭히 소화해 냈기 때문에 제가 관람한 회차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습니다.
※ 본 후기는 2026년 국내 공연 관람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회차 및 배우에 따라 세부적인 인상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